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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나를 기억해’ 불편해도 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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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때론 불편함을 견뎌야 할 때가 있다. 영화 ‘나를 기억해’가 그렇다. 그럼에도 끝날 때까지 견디고 마주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를 기억해’는 충격적인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교 여교사 한서린(이유영)이 정체불명의 발신자 마스터가 보낸 문자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린은 자신의 학생들까지 연쇄 범행의 대상이 되자 마스터를 찾기 위해 나선다.

영화는 소라넷, 몰카, 윤간 등 사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시선은 꽤 현실적이다. 서린은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일명 ‘마리오네뜨’ 영상의 희생자로 과거를 지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숨어 살아야 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꼬집는다. 서린의 남자친구 대사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직접 범행을 가한 마스터 뿐만 아니라 의도했든 안했든 그런 영상을 접하고 소비한 사람들, 피해자에게 과한 잣대를 들이밀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방관자들 역시 가해자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촉법소년 문제도 건드린다. 영화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뻔뻔한 청소년들의 모습은 신문 사회면에 등장한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다. 그 상황을 영상으로 마주하는 것만으로 분노가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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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릴러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서린은 자신과 같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마스터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데 그 서사가 탄탄하지 않다. 개연성이 부족하니 스릴러적 재미는 찾기 힘들고 오히려 마지막 결말이 허무하게 다가온다.

또 사회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루긴 하지만 ‘나를 기억해’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마스터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도 답답함을 해소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유영과 김희원의 연기는 훌륭하다. 이유영은 성범죄 피해자 역을 맡아 극한의 감정을 전달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서린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유영의 섬세한 연기 덕분에 서린에게 몰입할 수 있다. 김희원은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 안에서 중간 중간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성 성범죄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음에도 노출이나 잔인한 묘사는 자제하며 표현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한 점도 눈에 띈다. 여성 캐릭터에 고통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현실의 공포는 전해졌다. 19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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