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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B레이더] 2xxx! ‘개와 늑대의 시간’을 채우다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2xxx!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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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m 앞,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2xxx!.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할까 잠시 멈칫할 수도 있다. ‘투트리플엑스’라고 불리는 2xxx!는 그만큼 알려진 정보가 없는 팀이다.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하면 딘, 크러쉬, 오프온오프 등이 활동하는 클럽 에스키모 소속 멤버이자 프로듀서라는 사실 정도 뿐이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노래하지 않는다. 2xxx!는 멜로디를 만들고 노래를 하는 이들은 가사를 쓴다. 그리고 2xxx!가 전체적인 호흡과 연결을 다듬는다.

■ 70m 앞, 대표곡 ‘piss on me’

첫 번째 미니앨범 ‘라이프(Life)’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다. 또 다른 타이틀곡은 ‘Girl, Interrupted’다. 하지만 이 곡이 아닌 ‘piss on me’를 대표곡으로 꼽은 이유는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piss on me’는 청각을 환기시키는 말소리로 시작해 익숙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그러다가 또 다시 잔잔해지며 말소리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노래는 분위기를 안정감 있게 변화시키며 2xxx!만의 대중성을 형성한다. 은근한 멜로디와 달리 직접적이고 센 가사도 반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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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m 앞, 낮과 밤이 다른 ‘라이프’

2xxx!는 클럽 에스키모 소속답게 칠(Chill)한 로파이 음악을 앞세우고 있다. 다만 소속팀 오프온오프, 라드 뮤지엄 등과 다른 색깔을 지니는 지점은 확실하다.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대부분의 음악은 ‘밤’의 느낌을 지니고 있는데, 2xxx!의 노래는 낮의 나른함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는 태양의 변화에 따라 그 차이가 확실하다. 노란 햇살이 비출 때 들으면 부드러운 드럼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먼저 귀에 들어온다. 이는 ‘예쁘다’기보다 ‘느릿느릿한’의 여유에 가까운 소리다. 반면 어둠이 내려앉을 때 들으면 확실히 색채가 짙어진다. 이때의 노래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틀어 놓고 소파 위 늘어져 있는 듯한 감상을 준다.

마치 ‘개와 늑대의 시간’과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 시간대는 낮도 밤도 아닌 이때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순간이다. 왠지 온몸에 근질거리는 고요함이 느껴지는 때이기도 하다. 움직이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한 낮과 밤사이 텅 비어버린 공백을, 2xxx!는 찰나의 침묵 같은 음악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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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xxx!는 노래의 시작 혹은 끝에서 문을 열고 닫는 소리, 들릴 듯 말 듯 작아지는 소리 등 노이즈를 넣어 로파이 음악의 특성을 확실하게 살렸다. 덕분에 2xxx!의 소리들은 깔끔하게 정제된 음원이 아니라, 누군가가 방에 틀어놓은 음악을 다시 녹음해 듣는 듯한 공간감까지 준다.

그렇기 때문에 2xxx!가 2017년 11월 발매한 단 한 장의 앨범은 봄이 찾아온 지금인 4월까지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다. 조용하게 스미는 인트로 ‘170908myidea’부터 활기를 되찾는 아웃트로 ‘~lonely birds~’까지 차례대로 들으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침내 끝으로 넘어가는 순간까지를 귀로 듣는 느낌일 것이다.

■ 드디어 2xxx!, 추천곡 ‘섬(rough)’

‘섬’: 길이는 1분 36초. 짧은 러닝타임으로 트랙 중간 환기구 역할을 하는 곡이다. 동시에 2xxx!만의 한갓진 느낌을 가장 잘 드러낸다. 얼핏 재즈 같기도 한 느린 선율은 나른한 오후를 닮아있다. 테이프를 뛰어 넘어 LP를 듣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드는데, 그로 인해 온몸이 노곤해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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