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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아이러브유’ 고영빈 “다양한 나를 꺼내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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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고영빈(사진=알앤디웍스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러브유’는 이미 10년도 전에 올라갔고 크게 성공한 작품이었죠. 여기에 좋은 배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작품을 선택하기가 더 수월했어요”

뮤지컬배우 고영빈은 이미 공연계에선 잔뼈가 굵다. 20년이 넘도록 다양한 작품을 거쳐 온 터라 이를 선택하는 기준이 명료하다. 공연대본은 기본 전제다. 동료들의 믿음직함도 한몫 거든다. 그는 훌륭한 작품에 좋은 배우들까지 포진해있는 ‘아이러브유’를 망설임 없이 택했다.

“지금은 재밌게 연기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코미디 장르는 별로 안 해봤거든요. ‘아이러브유’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보여줘야 하고, 작품에 담긴 사랑의 형태에 대한 의미부여도 있어야 하죠. 사실 한 작품에서 이 두 가지를 다 가져가기는 힘들어요. 더군다나 캐릭터가 다양해 표현하는 부분도 많이 고심했죠. 근래 작품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 ‘아이러브유’는 남녀의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권태 등 사랑에 관한 각종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총 20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4명의 배우가 60여 가지 캐릭터를 소화하는 멀티롤이 특징이다. 고영빈은 ‘남자2’ 역을 통해 다양한 역할로 변신을 꾀한다.

“보통 한 배역은 하나의 정체성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좀 특별해요. ‘남자2’라는 명확한 캐릭터가 없거든요. 혼자서 소화해야 하는 여러 배역이 있을 뿐이죠. 캐릭터가 전부 달라요. 인물들의 연령대도 다르고 그들이 행하는 사랑의 형태나 방식들도 전부 상이하죠. 장면도 숨 가쁘게 진행돼요. 그러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다른 의상을 입은 새로운 배역으로 나와도 종전과 같은 캐릭터로 보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시작 호흡부터 굉장히 신경을 써요. 배역이 변하는 찰나에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는 거죠”

그는 장면마다 부단히 옷을 갈아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배우들의 체력이 걱정될 정도로 열연을 펼친다.

“체력적인 부분이 좀 힘에 부치긴 했어요. 작년에 디스크가 있어서 고생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연습이 진행됐거든요. 관리 차원에서 병원과 연습실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죠. 아무래도 다른 공연보다 체력관리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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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고영빈(사진=알앤디웍스 제공)


■ 보통 사람들이 전하는 평범한 사랑이야기

고영빈은 작품에서 대체로 코믹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장면에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의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이를 녹여내는 방식은 진중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어디까지나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연기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가장 후반부 장면을 좋아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인물들이 나오는 넘버인데요. ‘남은 여생 마음 가는대로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노래를 하거든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공감이라 하긴 뭐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의 움직임이 큰 넘버에요. 또 남자2의 마지막 대사 중에는 ‘완벽할리 없는 그 사람과 맞춰가며 노력하며 살거라’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누구나 완벽한 사람을 꿈꾸지만 사실상 이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사람은 완벽할리 없으니까 맞춰가며 노력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브유’의 메시지는 확연하다. 보통 사람들이 전하는 평범한 사랑이야기다. 이를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아름다운 삶의 태도를 전달한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이 공연을 봤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죠. 특히 큰 절망과 싸우거나 어려운 현실에 처한 분들이라면 한번쯤 가볍게 보는 걸 권장해요. ‘사는 게 이런 거니 특별한 게 없다’고 느끼며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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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고영빈(사진=알앤디웍스 제공)


■ 믿고 보는 배우의 소신

“뮤지컬배우를 하며 생긴 습관이 하나 있어요. 어떤 작품을 할 땐 다른 작품과 겹치기 출연을 피하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제작사나 배우에 따라 겹치기 출연이 현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바쁘게 살고 싶지 않거든요. 한 작품에 애정을 쏟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요. 그럼 작품 캐릭터를 더 여유롭게 연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거든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그는 뮤지컬배우로서의 고충 대신 한 가지에 집중하는 습관을 이야기한다. 하나에 몰입하는 면모는 그를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가 되도록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빚어낸 캐릭터로 승부한다. 관객들은 고영빈의 능청스러움에 서서히 매료될 수밖에 없다.

“한때 사람들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어릴 적 상처받긴 싫고 칭찬받고 싶었던 여린 배우이던 때가 있었죠. 그러나 이제 호불호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작품을 하면 잘하는 순간도 있고 못하는 순간도 있어요. 모든 배우에게 있어 쌓여가는 경험치 같은 거죠. 그래서 이제는 늘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배우의 느낌을 갖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 ‘믿음 가는 배우’ 이런 수식어는 어느 날 한 번에 붙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듣고 싶은 말이죠”

사실 ‘믿음직스럽다’는 수식만으로 그를 설명하기에는 미진한 감이 있다. 그는 ‘아이러브유’ 공연 당시 승마기구를 타는 장면에서 갑자기 기계가 꺼져 모두가 당황하는 찰나에, 직접 말을 타는 흉내를 내며 애드리브를 펼칠 줄 아는 순발력 넘치는 배우다.

“앞으로는 ‘아이러브유’처럼 안 해본 것들을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과거에는 무대에서만 하겠다고 20년이나 공연했죠. 지금은 다채로운 나를 보이고 싶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동해야겠다는 마음의 전환이 왔어요. 이전에는 오는 기회들만 붙잡았다면 지금은 직접 찾아가고 두드려보려 해요. 기회를 만들어가야죠. 배우에게 있어 연기란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는 운명과 같잖아요. 평생 좋은 연기를 펼쳐나가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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