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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불행한 천재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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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사진=쇼미디어그룹)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한 편의 수기다.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한 인물의 생애가 생생한 울림을 준다.

‘에드거 앨런 포’는 현대 스릴러물의 창시자인 동명 작가의 복잡하고 수수께끼 같은 삶을 그린 작품이다. 초연 당시 ‘드라마가 없다’는 평에 따라 서사를 다듬어 1년 4개월 만에 재연됐다.

작품에서는 포의 굴곡 많았던 인생을 풀어간다. 동시에 그의 천재성을 질투하는 목사 겸 비평가 그리스월드의 등장으로 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완벽한 서사를 위해 주인공과 경쟁자는 물론 사랑하는 여인들까지 이야기를 빚어낼 재료는 전부 준비돼있다. 서사를 거칠게 밀어붙이는 난이도 높은 넘버와 화려한 무대구성을 보태 관객들은 감동만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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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사진=쇼미디어그룹)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세 가지 특징으로 매혹적인 서사, 강렬한 캐릭터, 역동적인 안무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앙상블이 연출하는 군무가 인상적이다.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기괴하며 어떨 땐 발랄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안무구성 자체가 창의적이다. 록을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게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뮤지컬이라는 예술 장르 안에 또 다른 예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날 포 역의 정동하와 그리스월드 역을 맡은 정상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안무가 빚어내는 파급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청량감은 어딘가 모르게 역설적이다. 여기에 휘몰아치는 군무는 한 치의 오차 없이 확실하게 계산돼 절제된 움직임을 동반한다. 화려하지만 보는 이들은 편안함을 느끼는 영민한 구성이다.

다만 한 인물의 압축된 일대기인 만큼 포의 천재성과 고뇌를 작품 안에 전부 녹여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단 장면마다 술과 약을 반복하는 포의 내면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위대한 예술가의 굴곡진 삶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글쟁이’보단 와일드한 ‘술꾼’에 가깝게 묘사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개연성이 떨어지니 자연히 인물에 대한 공감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사의 중반부도 하고 싶은 말을 잊고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보인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지난해 11월 17일에 개막해 오는 2월 4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을 맞이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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