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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더유닛’ ‘믹스나인’ 갑질과 독설 사이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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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더유닛, JTBC 믹스나인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더유닛’과 ‘믹스나인’, 시작이 너무 창대했던 탓일까. 기준 없는 평가와 가시만 있는 독설이 두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프로듀스 101’의 아류작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지난달 28일과 29일 KBS2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이 동시 출격했다. 묻혔던 아이돌의 재기를 돕는다는 기획 의도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나 사연 있는 아이돌이 주 출연자였기에 시청자들은 스토리와 배경에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열어보니 스토리는커녕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긴장감도 느낄 수 없다.

먼저 방송을 시작한 ‘더 유닛’은 사연 있는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한다. 해당 방송 기획 의도에 가장 적합한 출연자를 찾자면 스피카 출신 양지원이다. 출중한 미모와 실력에도 불구, 활동 내내 운이 없던 그는 결국 팀이 공중분해 된 상태였다. ‘더 유닛’은 그의 사연을 전면에 내세우며 실패한 아이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줬다. 제작진의 의도는 통했다. 방송 직전 공개됐던 양지원의 녹즙 배달 사연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설득력 있는 사연은 꽤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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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더유닛 방송화면)


하지만 막상 방송이 들여다보니 스토리는 상실됐다. 멘토들의 기준 없는 평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멘토들도 사람인지라 순간의 분위기에 휩쓸릴 수는 있다. 아는 출연자가 등장할 때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사적이지만 충분히 감동 포인트로 작용했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리부트 프로젝트라는 기획의도와 맞지 않는 출연자들의 합격은 의문을 안긴다. 배우 이정하의 합격이 그 예다. 실력도 간절함도 없던 그는 무려 4부트로 합격했다. 앞전에 간절함과 실력을 갖췄던 아이돌들이 무수히 떨어진 상태라 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멘토들이 여러 차례 이유로 들었던 "아이돌 느낌"이라는 기준은 설득력이 퍽 떨어진다.

지지부진한 흐름도 문제다. 명색이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긴장감이 없다. 이는 ‘믹스나인’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가다보니 긴장감 없이 제자리걸음만 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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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믹스나인 방송화면)


‘믹스나인’의 가장 큰 복병은 제작자 양현석의 독설이다. 모든 독설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의 일부 발언들은 기본 예의조차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20대 후반인 참가자에게 “은퇴할 나이인데 뭐 한 거예요?”라고 하거나, 활동 성적이 좋지 않았던 참가자에게 “어쨌거나 망한 거잖아”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타 소속사 사장에게 “내가 아는 매니저”라며 하대하는 식의 발언까지 한다. 논란이 안 될 수 없는 수위다.

‘믹스나인’은 양현석의 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 정도 편집이면 소속사 사장에 대한 복수 혹은 팀킬이 아닌가 의심되는 수준이다. 또는 한동철 PD가 양현석의 독설을 그저 재미 요소라 생각해 벌어진 판단 미스가 아닐까 한다. 이런 식의 발상은 자신들의 우위에 있다고 여길 때 발현된다. 자연스레 ‘갑질’의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아이돌을 재기시켜주겠다 해놓고 자존심을 꺾는 행태라니. 독설과 조언은 엄연히 다르다.

‘프로듀스 101’은 평가 기준과 독설의 정도가 적정선에 그쳤다. 철저히 실력에 맞춰 등급을 매겼고, 인기 평가는 시청자들에 맡겼다. 멘토들의 독설도 실력에 한에서만 이뤄졌다. 독설보단 조언에 가까운 발언들이 주였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이런 것들이 모두 상실됐다. 기준 없는 평가와 상처만 남는 독설에 시청자들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출연진의 대다수가 간절한 상황이라는 거다. 재기를 꿈꾸는 이들이 방송의 이슈로만 소모되다 또 한번 상처 받고 돌아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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