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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BIFF 인터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로키 류이치 "부산은 장난꾸러기!" 외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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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 류이치(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부산)=남우정 기자] “부산은 장난꾸러기!”

일타쌍피. 한 영화제에서 전혀 다른 색의 영화를 동시에 선보이게 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부산의 선택에 놀라워하며 장난기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두 편의 영화를 공개했다.

“색이 다른 영화인데 동시에 상영한다고 해서 굉장히 기쁘다. 제 안에서 영화란 대중에게 다가가는 엔터테인먼트물이고 한편으론 내 마음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들을 각자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할 수 있어 기쁘다. 전 픽션을 좋아한다. 두 작품 모두 픽션이지만 전혀 다른 픽션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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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내 개봉을 앞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어설픈 빈집털이범 삼인방이 우연히 숨어들게 된 ‘나미야 잡화점’에서 3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수수께기 같으면서도 기적같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이 원작으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높은 작품이다.

“내겐 판타지물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판타지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최근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 군상극에 관심이 많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도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간 ‘비밀’ ‘용의자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재탄생될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다만 지금까진 범죄 추리물이 많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추리 요소가 있지만 오히려 동화같은 느낌을 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씨가 요구한 건 특별히 없었다. 영화가 완성된 다음에 가족들과 다 같이 보러와서 굉장히 기뻤다. 다른 데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씨가 어렵다고도 하는데 나에겐 전혀 아니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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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놀았던 바닷가 없어져 내 존재 사라진 것 같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전체적인 색감부터 잡화점을 비롯한 장소와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원작의 따뜻한 시선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반면 ‘그녀의 인생의 잘못이 없어.’는 픽션임에도 다큐멘터리라고 느껴질 정도로 카메라에 비친 모습들이 서늘하다.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는 히로키 류이치가 직접 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11년 동일본 지진 이후 후쿠시마가 주 배경이다. 주인공 미유키(타키우치 쿠미)는 평범한 공무원이나 쓰나미로 어머니와 집을 잃은 후 주말마다 도쿄로 가서 유사성매매를 한다. 희망을 잃은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명한다.

“소설이 먼저 나온 후 영화가 됐는데 원래는 반대였다. 내용과 주제가 쉽지 않아 영화화 하려면 힘들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을 먼저 써서 먼저 공개하고 돈을 모아서 영화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소설을 먼저 썼다.”

영화는 실제로 후쿠시마현에서 촬영했다. 미유키 역의 타키우치 쿠미는 촬영 전부터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의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후쿠시마현 출신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도 남달랐다.

“촬영했던 곳이 이와키라는 바닷가 마을이다. 제가 어렸을 때 해수욕장에 많이 놀러갔는데 그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 걸 보고 충격 받았다. 슬픔, 허무함, 쓸쓸함과 다른 여러 가지 감정이 믹스됐다. 어렸을 때 놀던 곳이 없어진 것은 제 존재 자체가 지워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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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미유키는 평일엔 각종 주민들이 민원을 받는 시청 공무원이나 주말엔 도쿄에서 성매매를 한다. 삶과 죽음이 서류 한 장으로 처리되는 것을 매일 봐야하는 미유키는 자신의 몸을 써서 돈을 벌고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로 배우가 표현하기에도 쉽지 않아 보였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오디션을 본 타키우치 쿠미의 절박함에서 미유키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으로 몇 명을 만나봤는데 그중에서 타키우치 쿠미를 선택했다. 당시 그는 배우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여주인공과 비슷한 느낌이 많다고 생각했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타키우치 쿠미가 그때 오디션에 붙지 않았으면 배우를 그만뒀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 절박한 감정이 전달됐다.”

두 작품 뿐만 아니라 히로키 류이치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할 수 없다. 일상에서 생기는,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보며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이제 전혀 다른 색의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날 일만 남았다. 상반된 작품을 통해 히로키 류이치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편지 이야기다. 지금은 문자를 하거나 SNS도 많이 하는데 사람과 사람은 말로 연결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큰 무기는 말, 언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말이라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 또 대참사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로 그분들이 어떤 마음인지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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