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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세월호·비정규직·차별…사회가 나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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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내가 살아온 시간이 내 몸 안에 담겨 있다. 특히 직장과 학교와 가정에서 맺는 수많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겪는 차별, 혐오, 고용불안, 재난과 같은 사회적 폭력, 사회적 상처 역시 몸에 스며들어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의 지론이다. 김승섭 교수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쌓인 질병과 함께 사회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김승섭 교수는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담았다. 천안소년교도소의 공중보건의사, 이를 바탕으로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 참여,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연구를 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를 통해 김승섭 교수는 혐오, 차별, 고용불안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를 말한다. 특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그 대답으로 먼저 의료기술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이를 근거로 김승섭 교수는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는 개인이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김승섭 교수는 소방공무원, 쌍용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등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는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 함께 고민하게 하고, 모두 함께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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