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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이 트릭 다 찾을 수 있을까?…미스터리의 참맛 '거미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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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올 하반기, 유난히 많은 원작소설들이 영화화돼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난다. 대부분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어쩌면 신예작가의 이 소설도, 곧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거미집 짓기’는 이공계 출신으로 2011년 등단한 정재민이 4년간 혼신의 힘을 쏟아 집필한 장편 데뷔작이다.

2012년 12월 서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과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거미집 짓기’는 시점도, 시공간적 배경도 전혀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각각 다른 소설로 읽혀도 무방할 두 개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대신 치밀한 묘사, 견고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로 흡인력을 발휘한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쓰는 ‘나’는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만난 사회복지사의 뒤를 캐게 된다. 얼굴에 화상 흉터가 두드러진 김정인이라는 사회복지사와 인터뷰하던 중 그를 자극하는 질문을 하고 폭행을 당한 것. 이후 ‘나’는 그에 대한 복수심과 소설가적 호기심이 발동해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모르는 개인사와 끔찍한 화상을 입게 된 경위, 김정인이 감추려는 비밀에 은밀히 다가서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거미집 짓기’는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폭력과 상처, 그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미스터리 장르물에 흔히 등장하는 살인마나 시체 따위가 등장하지 않아도 숨 막히는 긴장감이 장악하는 이 책은 처절한 분노, 먹먹한 슬픔 등 감정이 휘몰아친다. 작가의 치밀한 자료조사, 취재로 얻어낸 리얼리티 역시 ‘거미집 짓기’ 안에서 날뛴다.

무엇보다 마지막 페이지의 충격, 그리고 작가가 소설 곳곳에 숨겨둔 트릭을 전부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자신감은 똑똑한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대목이다.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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