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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기획사, 달라진 위상 '딴따라' 군단→'전천후'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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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21세기 공룡들이 자꾸 몸집을 키운다. 업계 1위를 다투는 이들이 너도나도 손잡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과 연예기획사들은 왜 손을 맞잡았을까. ‘성공해도 딴따라’라는 편견 속에 갇혀있을 것만 같았던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쟁쟁한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유력 사업으로 떠올랐을까. 최근 몇 년 새 IT기업과 엔터테인먼트사의 동행이 줄을 잇고 있다. 쌍방간 니즈(Needs)와 결핍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완벽한 만남으로 기대와 호평이 쏟아진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콘텐츠와 기술의 만남, 알찬 내용물과 최첨단 그릇은 제 짝을 찾은 걸까.-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연예산업에는 정답이나 공식이 없으며 기획자들은 대중의 감각에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00년 SM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성장성, 신규등록주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더라도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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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연예기획사=헤럴드경제DB


■ ‘상장’으로 확 달라진 엔터테인먼트 업계 1차 혁명

그 때만 해도 그랬다. 상장 당시 SM엔터테인먼트 공식적인 업종분류는 ‘출판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이었고 주요 제품은 뮤직 카세트(카세트테이프)및 콤팩트디스크(CD)였다. 음반 판매가 매출액의 96%를 차지할 정도였다. 일례로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상장 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역시 엔터주”라는 회의적 반응에 휩싸였지만 음원이 유료화된 후 주가가 크게 뛰며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엔터테인먼트사 주식에 대해 인기가수를 계속 발굴하거나 소속 가수들의 인기도를 유지시키는 능력에 따라 매출실적이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그 말대로 연예인의 사건사고, 재계약 문제 등을 비롯해 여러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널뛰기를 하던 엔터주였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먹고 입는 것이 해결되면 노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며 엔터주의 낙관론을 언급한 한 증권사 관계자의 전망은 맞아 떨어졌고 엔터테인먼트의 위상 자체가 높아졌다.

연예가에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있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연예기획사들이 들어서던 초기만 해도 ‘딴따라’를 내세워 가족들이나 먹여 살릴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에 이르렀고, 상장사를 중심으로 연예계가 재편되기까지 했다. 요즘 들어선 연예기획사가 일반 기업과 손잡고 콘텐츠 사업에 주력하고 방송사가 하던 PD 영입까지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사업이었던 연예기획사의 위상을 높인 건 단연 주식시장 진입이다. 상장을 할 경우 회사에 대한 공신력은 높아진다. 상장실질심사를 거쳐서 코스닥에 입성 후 주식이 거래될 만큼 건실한 기업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한국 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외국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을 때 상장사를 우선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이 때문에 자본 유치가 쉬워진다.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을 끌어와 장기적으로 선순환하기 좋은 구조다.

이 덕에 연예계는 상장사 중심으로 재편되기까지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를 통해 드라마와 예능 분야까지 진출하며 장동건, 강호동, 신동엽 등을 영입했고, YG 역시 차승원, 최지우 등으로 배우 파트의 포석을 깔았다. JYP도 배우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와 손잡고 드라마를 제작하고 배우들을 연이어 스카우트한 바 있다. 후발주자인 FNC엔터테인먼트도 방송인 유재석을 비롯해 정형돈 김용만 노홍철 등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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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타운 코엑스아티움=헤럴드경제DB, YG REPUBLIQUE=YG푸즈


■ ‘엔터기업 그 이상’ 다방면 사업확장

음반판매량이 대부분 비율을 차지하던 가요 기획사들의 사업확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가요기획사, 배우기획사로 확실히 구분되던 시절은 오래 전에 끝났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엔터테인먼트를 사업의 기반으로 삼으면서 수년간 다방면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압구정동에 에브리싱 등 복합문화공간을 내세워 한 차례 실험을 거친 뒤 도심 속 테마파크를 모토로 복합문화공간 SM타운 코엑스아티움을 개장했다. 스타,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사업이었다. SM타운 코엑스아티움에는 셀러브리티 숍인 ‘썸(SUM)’,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와 똑같은 체험이 가능한 교육형 체험공간 ‘SM타운 스튜디오’ 등이 갖춰져 있다. 홀로그램 극장 운영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의 국내 공연이 없을 때도 국내외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기까지 하다. 영상 제작 공유 어플리케이션 ‘에브리샷’ 등 소셜 미디어 서비스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복합외식공간 SMT TOKYO를 일본 도쿄에 오픈하기도 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사업 영역은 더 다양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삼성 에버랜드 패션부문과 손잡고 글로벌 캐주얼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하는가 하면 코스매틱 브랜드 문샷을 선보이기도 했다. YG플러스 설립 후 골프 선수 매니지먼트, 골프대회 기획 및 운영, 골프 의류 유통 등 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에도 손을 댔고 SM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한식문화 전파하겠다며 외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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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여운혁, 한동철 PD=SM, 미스틱엔터테인먼트, MBC 방송화면


■ 연예기획사 PD 영입 시대 도래

여기에 더해 무척 생소한 그림이 방송가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량있는 PD, 작가들이 방송사가 아닌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 지상파 PD가 방송국을 나와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로 옮기거나 프리랜서 PD로 외주제작사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행태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아예 특정 연예기획사에 소속되는 것은 이전 세대라면 상상하기 힘들었을 일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진짜사나이’의 김민종 PD와 ‘무한도전’의 제영재 PD, ‘라디오스타’ 조서윤 CP, Mnet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 코리아’ 유성모 PD 등을 영입해 본격 제작에 나선다.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 시리즈로 대히트를 친 한동철 PD는 YG 이적 후 JTBC에서 새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양현석 대표가 적극 지원사격하기까지 한다.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무릎팍도사’ ‘썰전’ ‘아는 형님’을 기획한 여운혁 국장을 영입해 제작 역량을 갖췄고, FNC엔터테인먼트도 CJ E&M 음악사업본부 안석준 대표를 자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업체인 FNC 애드컬쳐 대표로 영입하고, 신우철 PD와 김순욱 작가, 김명정 작가 등을 스카우트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이 가운데서 전략적 제휴까지 했다.‘미스틱’의 여운혁 피디와 ‘SM’의 이예지 피디가 손을 잡고 새 음악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한다. SM과 미스틱이 서로의 음악을 콜라보레이션 하는 프로젝트가 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찌감치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해 온 상황에서 PD 영입은 콘텐츠의 힘을 더욱 강화시켜줄 전망이다. 앞서 SM은 자회사 SM C&C를 통해 ‘질투의 화신’ ‘미씽 나인’ 등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JYP는 자회사인 JYP픽쳐스로, YG는 자회사 YG케이플러스 내에 ‘디렉트스TV’ 설립해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던 바다.

이같은 양상은 방송사와 플랫폼의 증가로 인해 방송사라는 울타리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콘텐츠 생산이 콘텐츠 자체의 힘이 가장 중요한 시대로 변화했다는 것, 여기에 더해 연예기획사의 위상과 입지가 올라갔기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IT기업들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계속되는 투자 결정과 계약 역시 ‘콘텐츠의 힘’을 가장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셈이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업 영역 확대는 매출 구조의 다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만으로 사업 성공률을 담보하기 어렵기에 엔터테인먼트사로서는 사업 확장을 꾀할 수밖에 없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만으로 사업을 하면 매출액에 한계가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도 1년간 공연, 팬미팅, 광고, 방송 및 연예활동 등 연예인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매출액은 2000억원 안팎이 전부다”면서 “매출액을 늘리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가고 있는 길은 장기적으로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또 다른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적 관점에서 봐도 사업확장이 엔터테인먼트사가 지향하는 길일 수밖에 없다”면서 “스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려면 회사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자본이 탄탄해야 여러 가지 도전과 시도가 가능하다. 특히 연예사업은 연예인에 목을 맬수록 더욱 위태롭다. 사건 한 번 터지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연예인으로 파생되는 매출은 회사의 기반이 될 수는 있겠지만 중심이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소속된 스타의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라도 사업 확장은 필수 요건이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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