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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잇 수다] 이름을 감춘 작가, 기억을 지운 주인공의 충격적 진실 '미스터리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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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커리어 오브 이블' '악마의 증명'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휴거 1992'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여름은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마지막 열기를 불태우고 있다. 꿈 같던 휴가와 휴일도 이젠 추석 때까진 굿바이다. 돌아온 현실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를 탈피할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은 손을 움켜쥐고 읽게 만드는 미스터리 소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읽다 보면 현실도 더위도 잊게 만드는 ‘미스터리 5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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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1992'


■ ‘구해줘’보다 오싹한 사이비교단, 그 뒤엔… : ‘휴거 1992’ (조장호 지음 | 해냄출판사)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 그리고 해냄출판사가 공동 주최한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 최우수상작이다. ‘휴거 1992’는 쇼박스에서 영화화를 확정해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기대를 높였다.

‘휴거 1992’는 1992년 때가 되면 하늘로 들어 올려지리라는 휴거 사건으로 엄마를 잃은지 24년. 오직 공부와 일에만 몰두해 젊은 나이에 수사과장에 오른 수재 형사 양형식과 그 앞에 닥쳐온 의문의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타인을 지배하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이변들을 담았다. 실종된 지 1년, 자식을 잃고 괴로워하는 엄마에게 걸려온 열다섯 살 소년의 전화로 인해 양 형사는 산속의 교회에서 집단 살인 사건이 있었음을 알아내고 결국 잊을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맞닥뜨린다. ‘어린 선지자’로 떠받들어져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새로운 선지자를 만들어 사이비 교단을 이끄는 임창도라는 인물은 양형식이 어릴 때 그의 어머니가 빠져 있던 집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영혼의 안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하늘로 들려 올려짐을 받기 위해서는 재산을 헌납하고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임창도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함정이 도사린다.

‘휴거 1992’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 안에서 벌어진 쫓고 쫓기는 음모와 암투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끝까지 결말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종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의 혈투로서 욕망이 어디까지 인간을 장악할 수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반전을 거듭하며 펼쳐지는 소설의 결말은 독자들이 미스터리 문학의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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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오브 이블'


■ 필명을 쓴 이유부터 흥미진진 : ‘커리어 오브 이블’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 고정아 옮김 | 문학수첩)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필명을 쓸 일이 뭐가 있을까.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인 조앤 J.K.롤링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유명세가 작품을 가리지 않게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커리어 오브 이블’을 내놓은 것. 조앤 J.K.롤링은 이 책을 통해 그의 본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명성 있는 범죄 소설 작가로 불려도 손색없다는 평을 얻게 됐다.

로빈 엘라코트에게 배달된 수수께끼의 상자. 그 안에 든 것은 끔찍하게도 여자의 잘린 다리다. 로빈은 기겁하고, 그녀의 상사인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역시 충격을 받는다. 그는 과거에 마주쳤던 사람들 중 이런 일을 저지를 법한 용의자로 네 명을 꼽는다. 모두 이토록 참혹한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악함의 화신이다. 경찰은 그중 한 명의 용의자에 집중하지만, 스트라이크는 그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한다. 결국 로빈과 함께 범인을 직접 추적하기로 결심한 스트라이크는 나머지 세 용의자의 어둡고 뒤틀린 세계로 들어간다. 하지만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두 사람은 시간에 쫓기게 된다.

‘커리어 오브 이블’은 코모란 스트라이크 범죄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는 BBC One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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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소재, 다른 공포 :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웬디 워커의 심리스릴러 데뷔작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영화 판권을 계약하고 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제작 및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 강간 사건의 피해자인 열다섯 소녀 제니가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기 위해 ‘망각 치료’를 받지만 그것이 또다른 악몽의 시작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쁜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것이 최선일지 생각하게 하며 ‘기억’이란 현재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존재’ 이유와 마찬가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미국 코네티컷의 작은 도시 페어뷰. 파티장에서 나온 열다섯 소녀 제니 크레이머는 집 뒤편 숲에서 강간당했다. 끔찍한 절규가 울려 퍼졌고 결국 그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달려왔지만 놈은 사라진 후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제니는 어머니 샬럿의 결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끔찍한 트라우마를 지워버리는 ‘망각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제니는 강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됐음에도 그날 이후 줄곧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고, 그걸 멈출 방법을 알지 못했다. 제니에게서 거품처럼 보글거리던 즐거움이 싹 사라졌고, 8개월 후 제니는 자살 시도를 한다. 결국 제니는 그날의 악몽을 돌려받게 되고 마침내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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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 프랑스 ‘스티븐 킹’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 : ‘눈의 살인’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 윤진 옮김 | 밝은세상)

무려 프랑스판 ‘스티븐 킹’이란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식어를 받게 된 베르나르 미니에는 ‘눈의 살인’을 통해 이같은 별칭을 얻었다.

베르나르 미니에의 ‘눈의 살인’은 피레네 산맥에서 아래로 뻗어 내려간 골짜기를 중심으로 낯설고 위협적인 환경 속에서 인물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쉴 틈 없이 벌어지는 긴밀한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피레네 산맥 골짜기에 있는 아룬스 수력발전소의 해발 2천 미터 높이 케이블 승강대에서 목이 잘린 상태로 로프에 매달린 말의 사체가 발견된다. 그런데 바르니에 치료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는 쥘리앙 이르트만의 유전자가 말이 죽은 현장에서 발견된다. 그 곳은 정신병원이나 교도소에서 관리하기에는 위험한 환자들을 모아 수용해놓은 곳으로 쥘리앙 이르트만은 40여 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마다.
바르니에 치료감호소는 철통같은 보안을 갖춘 시설이었고, 지금껏 단 한 명의 탈출도 허용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문제의 지문이 발생하면서 위협은 더욱 커진다. 그 사이 생마르탱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쥘 그림마저 계곡의 다리에서 목이 매달린 시신으로 발견되고, 쥘 그림과 절친한 친구인 세르주 페로마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숨통을 조여 오는 음산하고 어두우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독특한 개성과 복잡한 내면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광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궁금증을 자극하는 전개가 ‘눈의 살인’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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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 법관 출신이 들려주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 : ‘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별다를 것 없는 표지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표지부터 오싹하다. 도진기는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이 됐고, 2010년 단편소설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데뷔 후 주중에는 판사로, 주말에는 작가로 살면서 특유의 리얼리티 넘치는 에피소드와 영리한 트릭을 선보여온 도진기는 여덟 권의 장편 소설을 낸 후 지난 2월 공직을 떠났다. 변호사가 된 도진기는 자신의 인생 2막을 기념하듯 소설집 ‘악마의 증명’을 발간했다. 작가의 데뷔작부터 최신작, 미발표작까지 고루 담았으며, 밀실 살인과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자살, 쌍둥이가 모두 용의자인 사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환각, 끊임없는 정신의 윤회까지 소재 또한 다양해 보는 맛을 더한다.

특히 추리와 환상이 가득한 ‘악마의 증명’의 ‘작가의 말’에는 각 단편을 쓸 때의 상황과 모티프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단편 ‘악마의 증명’은 법대생인 박철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일란성 쌍둥이인 점을 이용하여 치밀한 범죄를 계획한다. 먼저 범행을 저지르고 시인한 후 법정에서 전면 부정하는 것.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와중에 검사 호연정은 박철의 알리바이를 부정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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