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작가편애] 공지영, 그 불편한 팩트 폭행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내 책 읽기의 첫사랑은 고 박완서 작가입니다. “늘 코를 흘리고 다녔다”로 시작되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강렬한 첫 줄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는 전경린을 꼽습니다. 여자의 삶을 이 토록 처연하면서도 강하게 글로 펼쳐 놓을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공지영 작가 편애에 왜 박완서 작가와 전경린 작가를 서두에 꺼내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공지영 작가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그녀를 존경하게 된 계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은 후부터였습니다.

언젠가부터 공지영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졌습니다. 문장을 자랑하는 듯한 문장, 한 문장 공들이던 때를 지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더 구슬땀을 흘리는 것처럼 느껴진 달까요. 바로 그때부터입니다. 공지영 작가를 탐독한 것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소개됐던 '봉순이 언니'를 통해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등을 통해 그녀를 존경하게 된 계기지요.

죄수를 바라보는 공지영 작가의 시각은 이 사회의 차가운 편견과 사뭇 다릅니다. 싱글맘으로서 사춘기 딸과 맺는 관계 또한 어둡지 않습니다. 오히려 밝고 긍정적으로 아이를 바라봄으로써 결핍을 가려내지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선도인지 모릅니다.

‘도가니’에서 사건을 따라가는 시선은 형사보다 날카롭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서 이 사건이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공지영 작가는 이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갑자기 꺼내 놓는 법이 없습니다. 충격적으로 꺼내 놓으며 ‘이것 봐라’하는 식의 주목을 끌어내지 않습니다.

그녀의 글은 박완서 작가의 글처럼 맑고 투명하지 않습니다. 전경린 작가의 글처럼 유려하지도 않아요. 사실적이면서도 직선적으로 사회 또는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지요. 작가보다 기자에 더 잘 어울렸을 법한 문체는 실제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또한 익숙한 느낌에 대한 동질감이랄까요.

'인간에 대한 예의'는 한 남자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철저하게 유린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남녀관계는 사랑이라는 공식으로도 성립되지만 인간이라는 근본 위에 서야 한다는 그녀의 정신을 드러낸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또한 여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말로 갈음할게요.

우리시대에 훌륭한 작가 공지영, 그녀는 글 그 외의 것으로 평가받지 말아야 합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도 다하지 못한 그녀의 삶은 그녀의 글에 충분히 방해가 된 듯 보입니다. 그런 아픔과 오해, 막연한 동정은 '즐거운 나의 집'으로 털어낼 수 있을 거예요.

자, 공지영 작가가 집필한 책 중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하는 강추 도서로는 '도가니'는 물론이구요. '즐거운 나의 집'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꼽을게요.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