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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서울 문학 기행' 문학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전혀 다른 서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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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날개」의 주인공은 옥상에서 떨어져 죽지 않았습니다. 미쓰코시 백화점 문을 나서서, 결국 아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현대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생활 속으로, 그 피로한 세계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나’에게는 예술적 삶과 정열로 이 생활의 세계를 지양하고 초극할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의지를 다 잃어버린 지금, 현실 생활 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자신을 느낄 때, 그때 ‘나’는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문학이란 안경이 있다면, 그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이 드리워진 서울의 장막을 걷히면 한없이 순수학고 열정적이었던 문인들의 삶이 비로소 드러난다.

서울이 남긴 문학, 문학이 남긴 서울을 연구해온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지난 1년 반 동안 서울 곳곳을 다니며,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열 명의 작품을 연구해 펴낸 ‘서울 문학 기행’ 저자는 이 책에서 서울의 공간에 켜켜이 쌓여간 문학과 삶의 시간을 깊고 넓게 드러내 보인다. 한국 문학사 대표 작가들이 남긴 시와 소설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작가와 맺어온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은 문학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나아가 장소가 작품에 갖는 의미까지 동서양의 문학과 철학 개념에 근거해 한국문학연구자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그 이야기를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문학의 생명력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다시 이광수의 삶을 떠올려봅니다. 그 또한 얼마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가요. 인생의 온갖 희로애락, 우여곡절을 겪으며 일제강점기를 보냈으면서도, 풍광 좋은 홍지동에 산장을 짓고 멋과 경치를 즐겼습니다. 고뇌를 겪으면서도 풍류를 놓지 않은 것입니다. 일장춘몽처럼 그 시절을 보낸 이광수는 1950년 6·25전쟁 이후 북한으로 끌려가 그해 10월 13일, 죽음을 맞이합니다. 탕춘대성 앞 벤치에 앉아 연산군과 이광수의 삶을 반추하며 생각했습니다.”

일례로 이광수의 홍지동 별장은 지식인의 변절과 문학인의 재능이 일장춘몽처럼 서린 곳이다. 시대의 제약이 이광수에게는 약속된 기회가 되어버렸지만, 저자의 전언대로 이광수가 처절하게 문학을 갈구하는 삶을 살았던 것도 분명하다. 파란만장한 봄을 살다 간 이광수의 삶과 문학은 아름다움과 고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을 통해 드러낸 ‘서울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낳은 이야기’는 곧,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인 ‘우리 보편의 삶’이 나아가는 방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방민호 지음 | 아르테(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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