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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살아있는 예술 '콜라주 플러스' 조영남 조카손자와 장영실 후예의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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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태연을 콜라주 플러스만의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서울디자인페스티벌2015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화려한 색채로 한껏 꾸며진 나비, 그 사이로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초콜릿과 사탕. 맥시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미니멀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두 남자가 있다. 조각하는 미술가에서 다시점을 추구하는 예술가로, 잘 나가는 스타들이 찾던 뮤직비디오 감독에서 영상으로 미술과 음악의 조화를 꾀하는 남자들. 함께, 하나가 되어 지속적 시너지로 시대의 움직임을 표현해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닌 콜라주플러스의 장승효 작가와 김용민 작가다. 각각 40대 중반, 3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눈빛만큼은 세상 풍파와 포기를 모르고 막 첫 출근을 하는 새내기의 부푼 꿈이 고스란히 담긴 듯 보였다. 꿈에 취해 있지만 그 꿈을 실현하느라 잠시도 쉴 틈 없는 두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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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트 파리 '그랑빨레' 2016 당시 콜라주 플러스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를 받았다.


■ '살아 움직이는 예술'을 위해 뭉치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용민 작가가 영상 예술에 발을 디디게 되고 장승효 작가와 뭉치게 된 계기에 모두 천재로 불리는 가수 김사랑이 존재한다. 김용민 작가는 게임회사에서 그림을 그릴 때 갑작스레 연락을 해 온 김사랑의 요청으로 주저없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입성했다. 넬, god, SG워너비, 다비치 등 내로라 하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졸업하자마자 게임회사 아트팀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김사랑에게 연락왔죠. 하고 싶은 걸 먼저 하는 위주라 김사랑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당일 억대연봉을 마다하고 사표를 냈어요. 다음날 퇴사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들자 뮤지션들에게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기획사가 아니라 뮤지션들의 영감과 소통했다는 점에서 뿌듯했죠. 감각적인 디자인이 좋았다더라고요. 하지만 넬의 뮤직비디오까지 만들고 나자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하는 게 만족스러운데 뮤직비디오는 40~50여 명과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고 큰 회사 소속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되니 성취감은 더욱 떨어졌어요.(김용민)”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장수할 수 없는 본능을 미리 감지했던 걸까. 김용민 작가는 김사랑 뮤직비디오를 맡았던 당시 장승효 작가의 제의를 받았다. 당시 음악과 미술을 접목하는 일을 추진하던 장승효 작가는 디렉팅 중 김용민 작가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심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감각적으로 좋았어요. 무조건 좋았죠. 전반적 콘셉트가 있는데 가능성이 보였어요. 처음 한 두 편은 그저 그랬어요. 하지만 세 번째 작품 ‘나비’를 보고 확신이 섰죠. 관계도 돈독해졌습니다. 이젠 작가 대 작가로서 수평한 관계가 됐어요. 부산에 전시 기획이 많아 자주 출장을 갔는데 서울에서 부산을 오갈 때 일 얘기를 하면 언제 도착했나 싶을 정도예요. 술, 담배를 하지 않고도 작품 얘기로 수다 삼매경이죠.(장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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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주 플러스 김용민, 장승효 작가



■ 조영남 조카손자와 장영실 후예의 만남

두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같지만 걸어온 과정은 다르다. 김용민 작가는 예술가 집안인 외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미술이 천직이라 생각하며 자랐고, 장승효 작가는 의사 집안이었던 어머니 압박으로 의사를 꿈꾸며 살아왔더란다.

“중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기억하는 유년기부터 계속 미술과 그림이 곁에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미술이 제가 가야 할 길이라 여겼어요. 외가 쪽이 모두 예술을 하셨거든요. 어머니도 미술을 하셨고 어머니의 삼촌이 조영남 씨이기도 해요. 요즘 곤욕을 치르고 계시지만…. 아무튼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영상과를 간 이유는 그림을 움직이고 싶다는 꿈이 컸기 때문이에요. 회화를 했는데 ‘살아있는 그림’을 창조하고 싶었죠.(김용민)”

“조상 중에 장영실이 있어요.(웃음) 사실 저는 어릴 때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의사였던 어머니가 의사가 되라고 세뇌시켰던 케이스예요. 고 2때까진 잘 했는데 아버지와 트러블을 겪으면서 일탈했어요. 머리도 밀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죠.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서 4년제 대학에 갈 데가 없어지자 그때야 어머니가 미대 얘길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까지 부산서 살다가 재수하며 서울에 올라왔어요. 아버지에게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딱 그 때, 미술을 만나자 매일 매일이 저릿저릿했어요. 학력고사여서 320점 만점에 100점 떨어진 성적이었는데 벼락치기로 보름만에 100점 끌어올렸고, 9개월 만에 실기 준비를 해서 홍익대 조소과에 들어갔죠. 제 자랑은 아니지만 9개월의 기록은 여전히 이례적일 거예요. 하하(장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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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주 플러스가 영상을 담당했던 2016 MBC DMC 페스티벌



■ "이게 바로 하고 싶은 일이야" 美친 열정

다른 곳에서 같은 꿈을 꾸다 만난 두 사람은 잠도 자지 않고, 일에 몰두했다. 두 사람이 이뤄낸 성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두 사람의 예술적 성과는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봐도 찾기 힘들어 안타까울 정도다.

사실 예술가는 작가다워야 하고, 그만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정도다. 하지만 장승효 작가와 김용민 작가는 거기에 의문점을 가졌다. 예술가가 창조주처럼 굴 것이 아니라 예술과 대중 사이의 중간자 역할,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장승효 작가는 “칸트는 예술을 ‘목적 없는 합목적성의 형식’ 즉 목적이 없는 것이 순수한 예술이라 봤지만 저는 정반대로 모든 게 목적이라고 봐요. 아트는 뭐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한가지 목적이 있다면 우리의 작품으로 작가도, 대중도 함께 힐링을 했으면 한다는 것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통하는 힐링’을 뼈저리게 느낀 게 지난해 MBC ‘DMC 페스티벌’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한 공연이었다. 서울시향의 공연 뒤 무대는 콜라주플러스만의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 영상으로 꽉 채워졌다. 긴 시간의 공연 동안 풍부한 사운드와 40m의 무대를 꽉 채울 수 있었던 기회는 장승효, 김용민 작가에게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장승효 작가는 “MBC 사장단부터 폭발적 반응을 보여줬는데 그보다 감동적인 건 관객들이었어요. 관객이 처음엔 절반 정도였는데 주위에서 음악 소리를 듣고 몰려와서 미어 터졌죠. 저희의 미디어 아트를 보고 감탄하는 소리에 눈물까지 쏟았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세계 6개 팀이 참가한 파리 그랑빨레 아트 프로젝트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아트 파리 기간 동안 파리 명소가 각 팀 영상으로 예술의 향연을 보여줬는데 콜라주 플러스는 현지 언론에서 ‘베스트’라는 찬사와 평가를 받았다. 실제 본 당시 영상은 콜라주 플러스만의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건축물을 살아 움직이게 했다. 예술에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환희와 절망과 희망의 감정들이 그대로 전해졌다. 콜라주 플러스가 이뤄낸 성과가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데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냐고 묻자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행복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다만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야 대형 프로젝트든, 대중에게 다가가는 예술이든 가능하다는 현실적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그즈음 만난 파트너가 본다빈치다. 움직이는 모네 전시로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관객이 유료로 티켓을 끊고 작품을 보러 오게 만든 예술적 도약에 감명 받아 두 사람이 직접 찾아가 본다빈치와 파트너가 됐다. 이번 ‘모네, 빛을 그리다 展’ 시즌 2를 비롯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콜라주 플러스+아르누보 단독 전시까지, 꿈의 무대가 두 사람을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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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주플러스와 '모네, 빛을 그리다展'의 만남=본다빈치



■ 콜라주플러스 X 모네, 일렁이는 빛의 향연

콜라주 플러스가 ‘모네, 빛을 그리다 展’ 시즌 2에서 보여줄 작품은 ‘피아노’다. 그 이유에 대해 장승효 작가는 “미국에선 피아노가 가진 의미 중에 홈이란 의미가 있어요. 거실 한켠에 당연한 듯 놓여있는 피아노를 떠올려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아요”라면서 “모네의 작품은 대부분 정원, 집, 부인이 모델이 되는 등 정적인 느낌이 주를 이뤄요. 거기서 착안해 따뜻한 느낌의 피아노를 선택했어요. 피아노 뚜껑에 영상이 나가는 장치가 있어서 모네라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자동연주 시스템으로 건반이 절로 움직여서 전시장 전체적인 이미지가 음악과 미술로 꽉 채워질 거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회에서 와이(Why)가 아닌 하우(How)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좌뇌의 기능을 잠시 멈추고 퇴화되어 가는 우뇌를 열어 온몸으로 감각적인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실제 콜라주플러스의 작품은 ‘빛’을 좇았던 인상주의 모네에서 영감을 받아 더없이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시각적 자극을 주는 동시에 큰 구림을 구성하는 깨알 같은 파편들이 모두 따로 또 같이 움직이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한다. 혹자는 “아, 어지럽다”며 외면할 지도 모르지만 두 작가는 꽉 차 있는 이미지를 보면서 생각하기를 멈추고 감정을 따라 흐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미디어 아트 하나 하나를 분석하고 들여다보기보다 전체로 보고 느낄 때 감성이 깨어나고 두 작가가 전하는 판타지 속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승효 작가는 인터뷰 도중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너는 꿈만 꿔서 탈이다’라고요. 꿈이 없으면 애진작에 그만뒀을 것 같아요. 꿈이 움직이기에 뭔가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라주플러스에게 현재란 폭풍 전야라고 말했다. 모네 전에 이어 아르누보 전 등 자신들만의 스타일대로 미술사를 한번 훑어본 뒤 두 사람의 예술을 패션, 건축, 가구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우스갯소리처럼 음악과 미술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내용의 영화 시나리오도 구상했다는데 어쩐지 두 사람은 정말 세상에 내놓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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