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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임시완, 이토록 순수한 배우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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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미생’의 장그래, ‘변호인’의 진우, ‘오빠생각’의 한상렬, ‘원라인’의 민재까지. 임시완은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연기를 선보여 왔다. 순수하고 깨끗한 평소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분명 그게 임시완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적의 캐릭터였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다. 임시완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 역을 맡아 지금껏 선보인 적 없는 거친 남자로 변신한다. 선한 이미지가 언제 있었냐는 듯 캐릭터와 조금도 이질감이 없다.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도전이 아니었을까.

“시나리오로 봤을 때 이 영화를 내가 출연하지 않아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것은 아니고 다른 의미에서 걱정은 좀 들더라고요. 소재적인 면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화라고 어필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꼭 메시지가 있어야만 좋은 영화는 아니잖아요. 재미있으면 그 자체로 영화로써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겐 ‘불한당’이 그런 영화였어요. 그냥 재미있는 영화요.”

임시완의 우려는 사치였을까. 영화가 공개된 이후 줄곧 호평이 쏟아졌다. 그 역시 시사회, 인터뷰 등이 진행된 후 ‘너무 가볍게 접근했나’ ‘감독님의 진가를 나만 모르고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장르를 잘 모르겠어요. 진짜 저한테는 그냥 ‘재미있는 영화’ 정도였거든요. 지금은 제가 찍었음에도 향후에 계속 보게 될 영화가 된 거 같아요. ‘변호인’을 정말 자주 봤어요. 이 영화랑은 목적 자체가 다른 영화이긴 하죠. 메시지가 무거운 영화였으니까요. 당시 함께 한 선배들의 연기가 마냥 신기해서 그걸 되새기려는 의도에서 계속 본 거 같아요. 반면 ‘불한당’은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어서 보고 싶은 것 같아요.”

임시완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며 남성적 액션 장면들을 연출했다. 넘치는 패기로 재호의 마음을 사로잡고 선한 얼굴 뒤에 감춰진 집요한 승부 근성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대선배 설경구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임시완은 신선한 브로맨스까지 그려낸다. 다만 그 브로맨스는 임시완에게 철저히 비밀(?)로 진행됐다.

“전 진짜 몰랐어요.(웃음) 브로맨스까진 아니었거든요? 감독님이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놀랐어요. 감독님이 그건 모르는 게 나았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랬을 거 같아요. 그때 이야기를 듣고 찍었으면 오히려 혼란이 왔을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몸수색신’이라고 불리는 그 부분도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다가 처음 알게 된 거예요. 전 그냥 재호에 대한 배신감, 야속함이었는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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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착한 척을 안 해도 돼서 좋았다”고 말하는 임시완이다. 임시완은 그동안의 캐릭터도 그랬지만 실제로 싹싹하고 친근한 성격 덕에 선배 배우들의 애정을 독차지했다. 그런 임시완이 현수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애초에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오히려 가볍고 재기발랄하게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현수가 극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리자고요. 그걸 따라갔죠. 그 이후, 어느 순간부터는 연기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았어요. 서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역대급으로 감독님과 대화가 적었죠.(웃음) 현수는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이 확실한 사람이었어요. 오히려 그래서 명쾌했죠.”

임시완은 아이돌그룹으로 시작했지만 ‘해를 품은 달’ 이후로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연기돌’로 불리던 시기를 지나 어엿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임시완은 매번 작품마다 작든 크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해품달’ 이후 배우에 대한 확신을 가졌어요.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계속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일단은 제가 대단한 선배님들과 같이 호흡을 맞췄던 것 자체가 감사한 마음이에요. 선배들의 연기를 직접 보고 호흡을 맞추는 게 저에게 있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느낌이에요. ‘불한당’ 설경구 선배도 마찬가지였고요.”

‘불한당’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임시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칸 영화제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모르고 있는 게 참 많네요.(웃음) 당최 아는 게 없네. 하하. 어쨌든 세계 3대영화제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런 곳에 초청이 됐다는 것에 감사해요. 또 그것이 제 연기 인생에 어떤 반향점이 될지에 대한 기대감도 정말 커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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