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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설경구, 의심과 모험 그리고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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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새로운 것은 보통 두 가지 감정을 동반한다. 처음 보는 것에서 오는 설렘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다. 설경구에게 영화 ‘불한당’이 그랬다. 그 모험적인 선택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작품 자체도 그렇지만 설경구라는 배우에게도 이 영화는 큰 의미로 남았으니 말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꿈꾸는 재호(설경구)와 임무수행을 위해 교도소로 위장 잠입한 비밀경찰 현수(임시완)의 우정과 배신 등을 그린 액션 누아르다.

■‘불한당’이라는 모험의 시작

‘불한당’의 껍데기는 흔하디흔한 남자 영화고, 언더커버 영화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 조직사이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권력투쟁 등이 익숙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칫 앞서 흥행한 언더커버 영화의 모방작으로 남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설경구도 그 지점을 가장 우려했다.

“모든 배우들이 그랬을 거예요. 언더커버, 잠입한 경찰 이야기니까 큰 틀을 보면 같은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어떻게 차별화를 둘 것이냐’ ‘굳이 왜 이런 이야기여야 하냐’고 물었는데 변성현 감독이 자신있게 ‘차별화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작정 거친 게 아니라 스타일리시하게 만들 거라고요. 근데 무작정 신뢰할 순 없었죠. 사실 감독이 경험도 많지 않고 전 작품과 더무 결이 다른 장르를 가지고 나오니까..(웃음)”

우려와 달리 실제로 영화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철저히 배우들의 감정에 집중되어 있다. 신뢰하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의심하고 결국은 뒤틀린 관계에서 오는 죄의식, 연민 등의 원초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독이 말을 덧붙이지도 빼지도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실수도 많지만요.(웃음) 같이 술 한 잔하면서 인생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솔직하더라고요. 마음에 없는 말은 절대 못해요. 그래서 일단 감독을 믿고 촬영을 해보자고 결심을 했어요. 찍고 나니까 감독이 자신 있어 했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재호는 의심이 많지만 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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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설경구, 모험을 신뢰로 바꿀 수 있는 배우


설경구는 모험을 신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곁들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상대 배우인 임시완과의 관계설정부터 바로잡았다. 그는 임시완과의 관계를 ‘브로맨스 그 이상’이라고 정의했다.

“불한당인 재호를 유일하게 흔든 사람이 현수죠. 믿고 싶은 아이였어요. 너무 믿고 싶다 보니 더 의심하게 됐죠. 재호와 현수는 브로맨스보다는 더 상위의 개념이었어요. 엘리베이터신에서 유일하게 둘의 스킨십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일부러 거친 호흡, 대사로 처리했어요. 일종의 사랑싸움이랄까요? 하하.”

영화 속에서 설경구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 웃음소리일 것이다. 한참 ‘멋짐’을 연기하다가 갑자기 천박한 웃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이소룡의 흉내를 내기도 한다. “애드리브는 없다”고 말한 설경구인데 그 부분은 어쩐지 날 것의 느낌이 풍겼다. 그런데 그는 “얻어 걸렸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진짜 얻어 걸린 게 몇 개 있어요. 그 웃음소리가 대표적이죠. 첫날 촬영이었는데 그냥 ‘아하하’하고 웃었어요. 그냥 웃어달라고 주문하더라고요. 그게 불안하고 불편해 보였나봐요. 이소룡 흉내내는 것도 그랬던 거 같아요. 이미 오케이가 난 컷이었는데 또 한 번 하다가 장난기가 돌아서 이소룡처럼 한 번 해본 거죠. 근데 감독이 ‘나 이거 쓰겠다’고 하더라고요. 재호가 장난스러운 게 더 좋다고요.”

모험을 시작한 만큼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쏟아냈다. 꼭 자신의 캐릭터에만 그런 건 아니다. 자신과 호흡을 맞출 역할도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그 배우가 바로 허준호다. 허준호는 극중 재호가 장악한 교도소에 그의 독주를 막기 위한 인물로 등장한다. 전라도의 큰손 김성한 역으로 특별출연한 그는 짧은 등장에도 가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준호 형 이야기를 제가 먼저 꺼냈어요. 다 미국에 있는 줄 아는데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을 흘렸죠. 제가 직접 제안은 못 하겠더라고요. 신이 워낙 적었으니까요. 그래서 제작진이 설득을 했는데 출연진을 묻더니 ‘경구 때문에 한다’면서 바로 수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이 역할 때문에 살도 쫙 빼서 오셨어요. 촬영이 나눠져서 2달의 공백이 있었는데 몸을 그대로 유지해서 오셨더라고요. 정말 고맙고 초반 재호 캐릭터는 준호 형 때문에 살았던 거 같아요.”

그간 스크린에서 성적이 다소 부진했던 설경구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분위기가 돋보였다. 작품의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가 설경구에게만큼은 의미 있는 작품이 된 셈이다. 특히나 그는 연기생활 이후 4번째로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게 됐다.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이다.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 그럼에도 설경구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즐길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 같은데 확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에 느낀 그 하나의 아쉬움이 다음 연기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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