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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한석규 “난 참 복 많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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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연기자 한석규는 말했다. “난 참 운이 좋은 놈”이라고. 연기로는 정평이 난 26년차 배우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발언이다. 아니 사실 한석규이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정상의 자리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고, 수많은 흥행작품을 냈지만 아직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그게 바로 한석규가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다.

한석규는 국내 여배우 중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를 묻자 김혜수와의 인연을 되짚었다. 김혜수는 한석규의 연기자로서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한석규는 1986년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김혜수는 당시 주인공이었다. 이후 1995년 영화 ‘닥터봉’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췄다. 2010년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도 남녀 주인공으로 만났고 최근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김혜수의 특별출연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김)혜수가 가장 많이 생각나요. 좋아요 혜수가.(웃음) 생각하면 참 대단한 친구인 것 같아요. 박수를 보내주고 싶죠. 여배우로서 30년이 넘었는데 이야기를 해보면 자기의 틀을 항상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연기자로서 참 겸손해요. 너무 겸손해서 탈이죠. 겸손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에요. 한편으로는 연기자로서 자학하는 스타일이죠. 하하.”

한석규와 김혜수는 연기를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매우 닮아 있었다. 배우 김혜수와의 인연과 그 인연을 이어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데 어쩐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실제로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23일 개봉할 영화 ‘프리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전히 만족하진 못해요. 모든 연기자가 아마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의 연기에 100% 만족하는 연기자는 아마 없을 걸요? 연기자는 아마 다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박할 거예요. 저 역시 그렇고요. 빈말이 아니고 저는 진짜 복이 많아요. 지금도 동료, 후배들과 함께 연기하고 있고 신인 때 고두심, 나문희, 여운계, 백일섭, 김용선 선생님 등 기라성 같은 연기자들과 가타이 작업을 했다는 건 축복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한석규다. 당연히 사니라오를 보는 기준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영화 ‘프리즌’의 어떤 점이 그를 매료시켰을까. 한석규는 ‘프리즌’이라는 작품 본연의 매력도 있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 나현 감독과의 함께 한 시간을 주요한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나현 감독이 2013년에 먼저 제의를 했어요. 1년에 걸친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가 무산됐어요. 나현 감독과 1년에 걸친 시간을 함께 지냈죠. 그러다 보니 직업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영화가 무산됐지만 서로 잘 만나고 잘 헤어졌어요. 그러다 나현 감독이 머리를 깎고 산으로 갔어요. 그러던 중 다시 시나리오를 받게 됐어요. 1년을 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았을 거잖아요. 처음엔 ‘왜 나예요?’라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저에게서 익호의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기쁘고 기분 좋은 말이잖아요. 그래서 ‘해봅시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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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감독과의 인연, 매혹적인 시나리오를 선택하고도 고민은 있었다. 그가 맡은 익호라는 인물에 대한 본능적인 어려움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익호라는 인물을 보고 ‘쉽지 않은 옷’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몇 차례 악역을 맡았지만 익호가 품은 ‘악’은 기존의 것들과 분명 다르게 느껴졌다는 거다. 대중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그에게 만큼은 ‘프리즌’은 도전이었다.

“악역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데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부담은 있었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전하고 싶었던 게 있었죠. 애초에 익호가 나와는 전혀 동떨어진 캐릭터였다면 피곤했겠죠. 나현 감독은 한석규라는 배우만의 익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 점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결국 한석규는 ‘쉽지 않은 옷’이이었던 익호를 ‘잘 맞는 옷’으로 탈바꿈시켰다.

“‘캐낸다’고 표현을 하는데 내 속에 있는 하나하나를 끄집어내고 상상력을 더해서 만들어내는 거죠. 익호라는 인물을 접근하는 방법은 이랬어요. 저와 동떨어진 생경한 인물에 저를 맞추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제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거죠. 익호라는 인물의 속에 있는 악함이 저와는 다를 수도 있지만 분명 어느 지점은 나에게도 있으니까요. 기자님에게도 분명 익호가 있다니까요?(웃음)”

하나의 캐릭터를 세상에 내놓는 것은 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십, 수백번의 고민을 거쳐 나온 만큼 애정도 남다르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꾸준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만큼 기분 좋고 행복한 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프리즌’을 포함해서 전 복이 참 많은 놈인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항상 감사해요. 내 능력을 떠나서 어떤 운인 것 같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고마워요.(웃음) 작품을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것. 아니,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연기자라는 직업의 매력 중의 하나가 나이를 먹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계속해서 연기자로 살고 싶어요. 할 수 있을 때 정신 바짝 차려야죠. 하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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