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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차태현① 주연 배우가 내려놓은 ‘분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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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분량 이야기를 첫 촬영 때부터 얘기했어요. (내가)주연이지만 많이 안 나왔으면 좋겟다고..”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하지 때문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다른 사람들의 속으로 빙의하는 작곡가 이형(차태현 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극중 이형은 일생일대의 문제에 맞닥뜨린 전교 1등 고등학생 말희(김윤혜), 곧 이혼도장을 찍는 찬일(성동일 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노총각 선생님 여돈(배성우), 치매에 걸린 할머니 갑순(선우용녀) 등의 몸으로 들어간다.

빙의된 4명의 인물은 차태현을 흉내 내며 그가 가지고 있는 유쾌함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때문에 차태현이 주연인데도 촬영 분량은 그다지 많이 않다. 그는 빙의된 본래 모습이 나오는 것은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해 분량을 줄이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촬영에 임했다.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제가 다른 사람 역할을 해야 해서 신경 쓸 게 많았는데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 반대였어요. 다른 사람이 제 연기를 하는데 제가 중간 중간 나오면 흐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분량을 조절해달라고 얘기했죠. 의도대로 잘 나온 것 같아요. 사실 꾀나 모험일 수도 있는데 확신을 가지고 촬영했어요. 그 확신이 만든 작품이죠.”

주연배우가 ‘분량’을 내려놓는 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덜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그였다.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의 분량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연기에 대한 그의 욕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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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무게를 내려놓은 그가 촬영장에서 한 일은 연기 지도였다. 자신을 흉내 내는 배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영화에서 김윤혜는 다리를 ‘팔(八)자’로 벌리고 앉고, 선우용녀도 건들거리며 대화를 나눈다. 배성우도 차태현의 기존 애드리브를 그대로 따라하는 등 곳곳에 웃음 포인트들이 널려있다.

“내 연기하는 걸 일일이 다 보진 못했지만 좋은 의견이 있으면 감독에게 가서 살짝 이야기하곤 했어요. 선배들한테 제가 가르쳐주는 건 좀 그렇잖아요?(웃음) 주로 윤혜한테 많이 알려줬어요. 남자 연기를 하면서 저를 따라 해야 하니까 거의 따라다니면서 알려줬어요. 성우 형이 내가 만든 애드립을 하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영화의 제목은 고(故) 유재하의 노래에서 따왔다. 차태현은 극중 작곡가 역할을 소화하기 때문에 직접 피아노를 배우고 노래를 불렀다. 그는 “연주하는 부분이 편집됐다. 대체 난 뭘 한 거냐”며 투덜거리다가도 “유재하 씨의 노래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작품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가 유재하 씨의 노래를 사용한다는 거였어요. 사실 시나리오상에는 옴니버스 마다 유재하 씨의 노래가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두 곡 밖에 쓰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아요. 심하게 얘기하면 감독만 아니었으면 중간에 엎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니까요?(웃음) ‘건축학개론’에서 전람회의 노래가 나올 때와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어요.”

고 유재하의 음악에 마음을 빼앗긴 그였다. 그의 노래를 테마로 간다는 사실을 알기 전 그는 고민에 휩싸였다. 앞서 그가 출연했던 영화 ‘헬로우 고스트’와 빙의라는 코드로 맞물려 있어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욕심이 없는 듯 소탈한 배우였지만 그는 꾸준히 작품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변신에 대한 강박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역량 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마음이 그에게도 예외일 순 없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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